제가 베트남 다낭에 도착했을 때는 한창 건기가 시작되던 2월 초였습니다. 날씨는 따뜻했고, 하늘은 맑았으며, 미케 비치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첫 인상도 꽤 괜찮았습니다. 다낭은 생각보다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고, 디지털 노마드로서 일하기에 편리한 조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건 체류 2주 차였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는 바로 그 사건. 노트북 도난 미수 사건이었지요.
그날의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평소처럼 아침 8시쯤 일어나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습니다. 다낭에는 조용하고 쾌적한 워킹 카페가 꽤 많아서, 일정한 루틴을 갖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이날은 '43 Factory'라는 인기 카페에서 오전 업무를 보았고, 점심은 현지에서 알게 된 친구와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이후 오후에는 숙소 옥상 라운지에서 혼자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햇볕을 쬐며 글을 쓰기엔 최적이었지요. 라운지는 개방형이었고, 낮엔 관리인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 자리를 비운 그 순간
노트북을 펼쳐두고 집중해서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습니다. 커피 때문인지, 오전에 먹은 국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심코 가방과 노트북을 자리에 둔 채 자리를 비우고 말았습니다. 단 5분, 정말 5분 남짓한 시간이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와보니, 테이블에는 노트북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더군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혹시 내가 다른 테이블에 뒀나? 하고 라운지를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그럴 리가 없었습니다.
누구였을까? 그리고 되찾기까지
바로 게스트하우스 리셉션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라운지 쪽도 일부 사각지대는 있었지만 출입구 쪽은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영상을 돌려본 결과, 한 남성이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운지에 올라와 제 자리에 앉았다가 가방을 들고나가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호스텔 직원과 함께 추적한 끝에, 놀랍게도 그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투숙 중이던 단기 체류자였습니다.
결국 노트북은 1시간 후, 리셉션 데스크 뒤 잠금 사물함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장난이었다"며 변명을 했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에 결국 잘못을 시인했고, 게스트하우스 측에서 퇴실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날 밤, 제가 깨달은 것들
사건 이후, 저는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도난은 면했지만, 그날 느낀 불안감과 당황스러움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낭은 베트남 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기본적인 ‘보안’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여행 중 보안, 그리고 제 나름의 대책
이후로 저는 몇 가지 개인적인 규칙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 절대 노트북을 혼자 둘 때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잠깐 화장실을 가더라도 반드시 챙기고 간다.
- 노트북에 AirTag(혹은 유사 장치)를 부착한다. 만에 하나를 대비한 최소한의 추적 장치입니다.
-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 시, 락커가 있는 곳을 선택한다. 요금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보안이 확보된 공간이 낫습니다.
- 게스트하우스 선정 시, CCTV 설치 여부와 후기에서 보안 평가를 확인한다.
‘괜찮겠지’라는 방심은 금물입니다
여행자 혹은 디지털노마드로 생활하면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그 대가로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행히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기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조금만 상황이 달랐더라면 그 노트북 안에 있던 작업물과 데이터까지 잃을 뻔했으니 정말 아찔합니다.
마무리하며
다낭은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그날의 사건이 도시 전체의 인상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도시에 대한 애정과 함께 현실적인 대비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의 생활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