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에서 생활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저는 작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번 택시나 그랩(Grab)에만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이 매일 이용하는 로컬 버스를 타보는 것이었죠. 단순히 교통비를 절약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도해보니, 예상치 못한 웃음과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경험이었습니다.
출발 전의 두근거림
버스 노선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충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현지어가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정확히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험심이 앞서 "이번에는 무조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장 가까운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다낭의 로컬 버스 정류장은 한국처럼 큼지막한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길가에 작은 간판 하나만 달랑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저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현지 인 뿐이라 긴장감이 더 커졌습니다.
처음 마주한 다낭 버스의 분위기
버스가 도착했을 때, 저는 서둘러 올라탔습니다. 문은 자동문이 아니라 기사님이 수동으로 여는 경우도 있었고, 승객들이 뛰듯이 올라타는 모습이 다소 낯설었습니다. 내부는 한국의 최신식 버스와는 다르게 조금은 낡았지만, 묘한 활기가 있었습니다. 좌석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고, 선풍기가 천장에 달려 있어 버스가 출발하면 덜컹거리며 함께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기사님 옆에 앉아 있는 검표원이었는데, 승객이 타면 직접 다가와 요금을 현금으로 받고 작은 종이 티켓을 건네주더군요.
언어 장벽에서 오는 작은 해프닝
제가 버스에 타자마자 검표원이 다가왔습니다. 목적지를 묻는 듯했지만, 저는 정확한 발음을 못 해서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버벅거리며 지도를 보여주자, 검표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내리려던 정류장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의 정류장에서 "여기!"라고 알려주더군요. 순간적으로 내려야 할지, 그냥 더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잘못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덕분에 평소 걸어보지 못했던 조용한 동네를 탐험할 수 있었으니, 해프닝도 좋은 추억이 되더군요.
버스 안에서 만난 따뜻한 눈빛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다들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제가 내릴 정류장을 찾느라 두리번거리자, 직접 버스 기사에게 큰 소리로 알려주며 도와주셨습니다. 그 순간, 말은 통하지 않아도 따뜻한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작은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택시를 탈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길, 학교 앞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시장 앞에 늘어선 노점상들까지…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만들어내는 활기는, "아, 내가 진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습니다.
불편했지만 값진 경험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버스는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고, 차량이 덜컹거리면서 소음도 심했습니다. 에어컨이 없어 더운 날씨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불편함 속에서 얻은 경험이 저에게는 소중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같은 리듬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버스를 탈 용기
첫날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저는 며칠 뒤 또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노선을 확인하고, 검표원과 간단한 베트남어 단어 몇 개를 준비해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한 번의 경험이 쌓이니 두 번째는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나도 다낭 로컬 버스를 탈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마무리하며
다낭 로컬 버스 체험은 저에게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택시나 오토바이가 훨씬 편리하지만, 버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표정과 작지만 따뜻한 배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일상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언젠가 다낭에 다시 간다면, 저는 아마 또다시 그 낡고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