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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예술가처럼 살아보기

by richgirl5 2025. 7. 14.

루앙프라방 전통 직조 관련 이미지

언젠가부터 여행의 목적이 ‘휴식’에서 ‘경험’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현지 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는 워크숍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여행에서는 관광지보다 예술 워크숍을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해 보았고, 결과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치앙마이 도자기 클래스 – 흙과 물의 조화를 느끼다

태국 치앙마이의 님만해민 근처에 위치한 작은 도자기 공방, ‘Siam Ceramic Studio’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하루 3시간 정도의 짧은 핸드빌딩 수업이 진행되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셨습니다. 저는 컵과 작은 접시를 직접 만들었는데, 흙을 만지는 감촉이 생각보다 진정 효과가 크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태국 북부 도예 전통과 색감에 대해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히 무광 유약을 사용해 구워낸 그릇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하셨는데, 이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제 작품은 건조와 소성을 거쳐 약 3주 후 한국으로 배송되었습니다.

루앙프라방 전통 직조 워크숍 – 라오스 여성들의 손끝에서 배운 시간

다음 체험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있는 ‘Ock Pop Tok’이라는 전통 직조 센터였습니다. 이곳은 지역 여성 직조 장인들과 함께 전통 방식의 실 잣기, 염색, 베틀짜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나절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현지 여사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쳐 주셨습니다.

단순히 실을 엮는 일이 아니라, 패턴을 짜고 의미를 부여하는 전 과정이 마치 명상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라오스 실크의 자연 염색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인디고, 자두, 망고 나무껍질 등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색감은 정말 아름다웠고, 이런 색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탄스러웠습니다.

호이안 전통등 만들기 – 나만의 등불에 불을 밝히다

베트남 호이안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도 유명하지만, 그 야경을 채우는 등불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저는 올드타운 안에 위치한 ‘Lantern Workshop Hoi An’에서 전통등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수업은 약 1시간 반 정도로, 나무 틀에 천을 입히고 접착하여 나만의 등불을 완성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호이안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감은 선택부터가 고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습니다. 완성된 등은 접이식이라 캐리어에 쉽게 넣을 수 있었고, 지금은 제 방 안을 따뜻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한 로컬과의 연결

이 세 가지 워크숍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예술을 통해 사람과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손으로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감탄하고 웃는 그 순간들은 여행 그 이상의 의미를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각 워크숍은 단순한 취미 체험을 넘어서, 로컬 장인들의 삶과 문화를 직접 마주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기술이나 작품보다도,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동남아는 더 이상 단순히 휴양을 즐기기 위한 여행지가 아닌,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빚고, 실을 짜고, 등을 밝히는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 저는 오히려 제 안에 있던 감각과 감정을 다시 꺼낼 수 있었습니다.

혹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단순한 관광보다도 이런 예술 워크숍을 일정에 한두 개 정도 포함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분명, 여행의 밀도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