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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 로컬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by richgirl5 2025. 7. 15.

동남아 루앙프라방 새벽시장 관련사진

여행을 할 때마다 현지의 진짜 삶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단순한 쇼핑보다, 그 지역 주민과 예술가, 창작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사고,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커뮤니티 기반 마켓’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이런 마켓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각국의 커뮤니티 마켓을 탐방해 보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별 특징을 비교해보려 합니다.

치앙마이 – 로컬 창작자의 천국, 짱마이 메이커스 마켓

태국 북부의 예술도시 치앙마이에는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메이커스 마켓(Makers Market)’이 있습니다. 님만해민 거리 근처에서 열리는 이 마켓은 젊은 창작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모여 직접 만든 수공예품, 천연비누, 패션 소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한 대학생 창작자가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한 파우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건 폐병원 가운을 재단한 거예요.”라는 설명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건을 사는 일조차 하나의 대화와 지지의 행위로 느껴졌습니다.

호이안 – 슬로우시티와 전통문화의 융합, 호이안 야시장+에코 플리마켓

베트남 호이안의 올드타운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고들 합니다. 특히 저녁 5시 이후부터 열리는 ‘호이안 야시장’은 단순한 기념품 시장을 넘어서,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이 소규모 부스를 설치해 다양한 수공예품과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호이안 인근에서는 매달 한 번씩 ‘에코 플리마켓’이라는 환경 중심의 마켓이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대나무 칫솔, 코코넛 그릇, 로컬 유기농 식재료까지 다양한 친환경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현지 카페들이 공동 주최하는 경우가 많아, 마켓 방문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았습니다.

루앙프라방 – 작고 느린 마켓의 아름다움, 모닝 마켓과 나이트 플리마켓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는 화려한 홍보 없이, 조용히 열리는 ‘모닝 마켓’‘나이트 플리마켓’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아침 시장은 지역 농민과 장인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이나 수확물을 내놓는 자리였는데, 시장을 돌다 보면 마치 마을 축제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밤이 되면 세사방거리에 펼쳐지는 야시장은 오히려 관광객보다는 외국인 거주자나 유학생들이 더 많이 찾는 듯했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제품의 질도 뛰어난 편이라 실제로 제가 사용 중인 목화 수건, 라오스산 차, 천연 목걸이도 이곳에서 구입했습니다.

우붓 – 예술가와 요기들이 모이는 ‘산지 마켓’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산지 마켓(Sunday Organic Market)’이 있습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플리마켓과는 조금 다릅니다. 유기농 재배자, 비건 레스토랑 셰프, 천연 치유사,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장이었습니다.

판매 제품도 다양했습니다. 코코넛 오일, 아로마 테라피 오브제, 명상 매트, 수제 액세서리까지 – 모두 ‘웰니스’와 연결된 키워드들이었고, 이 마켓에서는 단순히 쇼핑이 아닌 '삶의 방향성'을 찾는 듯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공통점과 차이점: 소비를 넘어 ‘연결’로

이 네 도시의 커뮤니티 기반 마켓은 모두 고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는 ‘단순 소비를 넘어, 지역과 연결되는 체험의 장’이라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단지 기념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지역의 가치관과 철학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또한 각 마켓은 로컬 커뮤니티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제품 하나하나가 창작자에게는 자립의 기회였고, 구매자에게는 윤리적 소비의 시작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동남아 여행 중 쇼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대형 쇼핑몰보다도 이런 커뮤니티 기반 마켓을 찾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직접 만든 것들의 힘은 생각보다 크고, 그것을 공유하는 마음은 더욱 강했습니다.

저 역시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고, 누구에게서 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행의 기억은 물건보다도, 그것을 함께 만든 사람들과의 연결에서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