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시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점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에서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문화를 기반으로 한 로컬 마켓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단순한 쇼핑이 아닌, 가치를 나누는 장소로 자리 잡은 이 마켓들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 보았습니다.
치앙마이: 짜오까이 제로 웨이스트 마켓
태국 북부의 디지털 노마드 성지 치앙마이에서는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짜오까이 제로 웨이스트 마켓(Chao Kaei Market)’이 열립니다. 현지 유기농 농부와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 시장은 ‘일회용 없는 장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시장을 방문하면, 비닐이나 포장 용기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직접 텀블러, 장바구니, 유리병 등을 들고 와 필요한 만큼만 구매합니다. 현지산 코코넛 오일, 무포장 비누, 재사용 면생리대 등 다양한 제품이 친환경적으로 진열돼 있었고, 직원들 역시 사용법과 철학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발리: 우붓 사투 스튜디오의 '지속가능한 바자'
우붓에서는 ‘사투 스튜디오(Satu Studio)’라는 공간에서 매달 한 번 ‘지속가능한 바자(Sustainable Bazaar)’가 열립니다. 이 마켓은 특히 젊은 예술가와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의 공간으로 유명하며, 패션부터 식품까지 모두 친환경 인증 또는 로컬 생산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켓 내부에는 무료 리필 코너도 마련돼 있어, 샴푸, 세제, 천연 오일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가는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플라스틱 프리 부스’에서는 바닷가 청소 자원봉사 모집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고,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이안: 친환경 마켓 '에코 리빙'
베트남 호이안에는 고즈넉한 구시가지와 함께, 작은 친환경 마켓 ‘에코 리빙(Eco Living)’이 위치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이 마켓은 호이안 외곽의 ‘안방’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며, 주로 외국인 운영의 친환경 브랜드들이 참여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곳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도 함께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업사이클링 가방 만들기, 천연 염색 클래스, 고체 샴푸 제작 체험 등이 무료 또는 기부 형식으로 제공되어 관광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호이안의 평온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마켓의 공통점
- 비닐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금지합니다.
- 소비자가 직접 용기·가방을 가져와야 하는 BYO(Bring Your Own) 문화가 뿌리내려 있습니다.
- 지역 생산자 또는 장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며, 판매자와의 대화 자체가 경험이 됩니다.
- 판매 수익 일부를 환경단체나 로컬 커뮤니티에 기부하는 구조도 많습니다.
동남아에서의 의미 있는 소비
제로 웨이스트 마켓은 단순히 환경보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소비 방식, 삶의 태도, 공동체 정신이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저는 이 마켓들을 탐방하며 ‘무언가를 덜어내는 소비’가 오히려 더 충만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치앙마이의 마켓에서 산 고체치약, 우붓에서 덜어온 천연 오일, 호이안에서 구입한 천가방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이자 선택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쇼핑의 대안으로 이런 마켓들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요?
결론: 지속가능한 여행의 첫걸음
동남아 제로 웨이스트 마켓은 ‘가볍게 소비하고, 깊게 기억하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단지 기념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가치를 나누고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동남아를 여행할 때, 제로 웨이스트 마켓을 일정에 넣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