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박물관이나 유명 관광지보다 더 기억에 남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루앙프라방에서 아침시장(Morning Market)을 그렇게 기억합니다. 새벽 공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현지인들 틈에 섞여 시장을 천천히 걷다 보니 라오스의 진짜 삶과 가장 가까운 순간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시장 위치와 가는 시간
루앙프라방의 아침시장은 올드타운 중심가인 시사왕봉 로드(Sisavangvong Road)와 세트타티랏 로드(Setthathilath Road) 사이 작은 골목길을 따라 열립니다. 오전 5시 반쯤부터 하나둘씩 장사꾼들이 나와 자리를 잡고, 7시가 되면 이미 시장은 현지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 그 짧고 분주한 시간 속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라오스를 만나는 공간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갓 지은 찹쌀밥 냄새, 숯불에 구워지는 닭고기, 허브와 생선, 열대과일의 향까지. 노점마다 깔린 바나나잎 위에 정갈하게 놓인 식재료들, 색색의 과일과 정체불명의 뿌리채소들, 작은 개울에서 갓 잡아온 듯한 물고기와 개구리도 보였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를 직접 장봐 요리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외국인도 환영받는 따뜻한 분위기
처음엔 관광객인 제가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것이 민폐일까 걱정되었지만, 그런 마음은 곧 사라졌습니다. 아주머니들이 환한 얼굴로 “싸바이디(안녕하세요)”를 외쳐주셨고, 손짓으로 과일을 권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름 모를 야채를 가리키면, 맛보라고 한 조각 잘라주시거나 어떻게 요리하는지 설명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미소와 손짓으로 충분히 따뜻한 교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접 장을 봐봤습니다
저도 현지인처럼 장을 보기로 마음먹고,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잘 익은 망고였습니다. 한 무더기에 10,000킵(약 900원) 정도였고, 아주 달고 촉촉했습니다. 다음으로 구입한 건 라오스 전통 쌈 재료로 쓰이는 생허브 묶음과 찹쌀떡. 마지막으로 닭 꼬치 하나를 사서 길거리에서 아침으로 먹었는데, 숯불 향이 가득한 고소한 맛에 절로 미소가 나왔습니다.
작은 경험이 만든 큰 기억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침시장에서의 경험은 루앙프라방이 단순히 ‘여행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평범한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공간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루앙프라방 로컬 아침시장, 꼭 한 번 걸어보세요
관광지 투어도 좋지만, 하루쯤은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루앙프라방의 로컬 아침시장을 걸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속엔 라오스 사람들의 정겨운 일상과 진심이 담긴 웃음이 가득합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현지인의 하루를 가까이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 깊고 오래 남는 감동을 선사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