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부터 알람 없이 눈을 떴습니다. 평소였다면 스마트폰을 먼저 확인했겠지만, 루앙프라방에서는 그럴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와이파이는 약하고, 휴대폰은 침대 옆에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들어오는 붉은빛에 이끌려 조용히 외출 준비를 마쳤습니다. 조깅화를 챙기지 않아 맨발에 가까운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숙소 앞에는 이미 동이 터 있었고, 오렌지빛 하늘 아래로 탁발 행렬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사진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엄숙했습니다. 저는 준비해둔 찹쌀밥을 조용히 건넸고, 스님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걸어갔습니다. 말없는 이 교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디지털 없이 걷는 도시, 오롯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
루앙프라방은 걷기에 최적의 도시였습니다. 대중교통이 없고, 택시도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걷게 됩니다. 덕분에 예정보다 더 많은 풍경과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시사방 거리부터 시작해 푸시산 입구까지 천천히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멈춰 수공예 상점을 둘러보기도 하고, 라오스 전통 커피를 파는 카페에 들러 종이컵 한 잔에 담긴 깊은 향을 음미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디지털 기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도 하루가 꽉 찬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진은 마음에 담고, 지도는 종이 안내지도를 접어들고 다녔습니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걷고 있다는 느낌이 더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메콩강변에서 맞이한 가장 느긋한 오후
점심을 마친 후 저는 메콩강변 벤치에 앉았습니다. 노란 파라솔 아래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라오 맥주 한 병을 주문했지만 반이나 남긴 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강 건너편에서는 작은 보트들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물속에서 헤엄을 쳤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했고, 이곳의 시간은 마치 거북이처럼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스마트폰이 진동해도 일부러 꺼두었습니다. 알림이 없는 하루는 제 안의 불안함 대신 평온함을 남겼습니다.
낮게 깔리는 저녁, 별빛 가득한 밤
루앙프라방의 저녁은 참 매혹적이었습니다. 푸시산에서 본 일몰은 황홀했지만, 그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해가 진 후의 거리 풍경**이었습니다. 전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야시장 골목에서, 현지인들과 마주 앉아 라오스식 바비큐를 나눠 먹었습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소리와 담백한 현지인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떠 있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 플래시 없이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불편하기보단, 오히려 **눈이 더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연과 동화되는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숙소에 돌아와서도 전등을 켜지 않고 촛불을 켜 두었습니다. 디지털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기예요.
디지털 디톡스 여행, 루앙프라방에서 추천드리고 싶은 이유
이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느리게 사는 삶’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디지털 기기와 빠른 정보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감각**들을 다시 깨워주는 시간이었어요. 스마트폰, 노트북, 심지어 카메라 없이 하루를 보내보는 경험을 저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 첫 여정으로 루앙프라방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