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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올드타운

by richgirl5 2025. 5. 27.

루앙프라방 올드타운 관련 사진

 

루앙프라방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이 도시의 중심부, 올드타운(Old Town)이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 고요한 분위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축물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라오스 전통.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유럽과 동남아가 마주 보며 살아가는 공간이었습니다.

걸어서 느끼는 올드타운의 첫인상

루앙프라방의 올드타운은 크지 않습니다.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스님들의 탁발 행렬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고요한 장면 속에서 도시 전체가 명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리에는 붉은 기와와 샛노란 외벽의 프렌치 스타일 저택이 줄지어 서 있고, 곳곳에는 라오스 전통 가옥도 눈에 띕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축 유산

19세기 후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였던 루앙프라방은 오랜 시간 식민지로 존재했습니다. 그 시절 지어진 관청, 학교, 주택들은 오늘날 카페,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발코니와 나무 셔터, 아치형 창문은 여전히 남아있고, 커피 향이 그 공간을 새롭게 채우며 도시의 풍경을 완성합니다. 특히 '사카린 거리'는 루앙프라방의 대표적인 프렌치 스트리트로, 산책하기에 가장 좋은 길 중 하나입니다.

라오스 전통과 불교문화가 살아 있는 거리

프랑스 건축 양식이 눈에 띄지만, 이 도시는 결코 라오스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올드타운 곳곳에는 왓 씨엥통(Wat Xieng Thong), 왓 마이(Wat Mai) 같은 고즈넉한 사원이 자리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서 불교는 여전히 중심이 됩니다. 오후가 되면 사원 안에는 승려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부를 하거나 조용히 명상을 합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수행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올드타운의 카페와 예술 공간들

나는 이곳에서 며칠 동안 머물며, 하루에 하나씩 카페를 찾아다녔습니다. ‘유토피아(Utopia)’ 같은 유명한 카페 외에도 작은 골목 안엔 라오스 로컬 커피를 파는 조용한 공간들이 많다. 카페 한쪽에선 라오스 전통 직조 작품이나 사진 전시도 종종 열리는데, 여행자들이 예술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강변 쪽 카페에서는 메콩강 너머로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도 종종 보입니다.

올드타운의 아침과 저녁, 또 다른 얼굴

아침엔 탁발과 모닝 마켓이 올드타운을 채웁니다. 신선한 과일과 지역 특산물, 라오스식 커피까지, 짧은 산책으로도 충분히 현지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같은 거리는 야시장으로 변신합니다. 붉은 천막 아래 진열된 수공예품, 조용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숯불 구이 냄새.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또 하나의 루앙프라방을 만나게 됩니다.

프랑스 감성과 라오스 전통이 공존하는 거리

루앙프라방 올드타운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살아 있고, 동시에 여행자들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프랑스의 낭만적인 건축, 라오스의 불교적 고요함, 그리고 메콩강의 여유로운 흐름이 어우러진 이 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프랑스 감성과 라오스 전통이 만난 루앙프라방 올드타운, 하루쯤 아무 계획 없이 거닐어보기 참 좋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