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은 단순히 여행지라기보다 제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내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사원에서 보낸 하루는 여행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체험한 루앙프라방 사원의 하루를 ‘명상’, ‘스님과의 대화’, ‘저녁의 깨달음’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새벽 명상, 숨결로 하루를 시작하다
루앙프라방의 새벽은 조용합니다. 새벽 5시쯤 사원의 종소리가 울리면,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하늘 아래에서 스님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시작됩니다. 저는 그날 새벽, 사원 앞에 놓인 대나무 의자에 앉아 명상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명상 지도 스님은 길게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숨을 따라가세요. 생각이 오면 흘려보내세요”라는 짧은 안내를 했을 뿐이었죠. 처음에는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오늘 무엇을 먹을까,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한국에 있는 가족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새벽 공기의 차가움과 새들이 하나 둘 울어대는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지금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명확히 다가왔습니다. 저는 늘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짧은 명상이었지만,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배운 기분이었습니다.
2. 스님과의 대화, 삶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명상 후, 사원 한쪽에 앉아 있던 저는 우연히 젊은 스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는 20대 초반으로 보였지만, 이미 10년 가까이 사원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고 소개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행도 수행입니다. 단지 장소가 다를 뿐이지요. 길 위에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저는 그 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여행을 ‘쉼’이나 ‘휴가’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시선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이 명상이나 불교를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겁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때는 걷는 데 집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수행이 됩니다.”
순간,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휴대폰을 보고, 걸으면서 음악을 듣고, 심지어는 명상 중에도 ‘명상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했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스님의 말은 단순하지만 강력했습니다.
3. 저녁의 깨달음, 메콩강 너머로 사라지는 햇살
사원에서 보낸 하루를 마무리한 것은 저녁 예불이었습니다.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데, 그 소리에 맞춰 천천히 호흡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 후 사원을 나와 메콩강가로 걸어가니, 붉게 물든 석양이 강 위에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 속에서 저는 낮에 들었던 스님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사실 여행을 하면서도 사진을 찍느라, SNS에 올릴 생각을 하느라 정작 눈앞의 풍경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저는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 메콩강 위로 지는 햇살을 온전히 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느낀 평온함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 내 마음의 속도가 메콩강의 흐름에 맞춰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었죠.
마무리하며
루앙프라방 사원에서 보낸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새벽 명상에서 ‘현재’를 배우고, 스님과의 대화에서 ‘삶의 단순함’을 느끼고, 저녁의 메콩강에서 ‘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찾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루앙프라방을 방문하신다면, 하루쯤은 사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