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는 별칭답게 크고 작은 사원이 섬 전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사원에서도 진지한 예배 장면을 마주치고, 관광지인 줄 알았던 곳이 실제 종교적 공간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되죠. 저는 이번 발리 여행에서 대표 사원인 울루와뚜 사원(Uluwatu Temple)과 브사키 사원(Besakih Temple)을 직접 방문하며 사원 예절과 발리 힌두교 문화에 대해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울루와뚜 사원: 절벽 위의 정적과 케짝댄스의 울림
울루와뚜 사원은 해발 70m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오후 늦게 도착했는데, 해가 질 무렵의 장엄한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사원에 들어서기 전, 관리자가 ‘사롱(Sarong)’이라는 전통 천을 허리에 두르라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는 종교적인 예를 갖추기 위한 필수 예절로,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면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이 사원에서는 매일 저녁 ‘케짝댄스(Kecak Dance)’ 공연이 열립니다. 저는 해 질 무렵 시작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권을 구매했고, 둥글게 둘러앉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춤과 구음(‘착착착’ 소리)의 퍼포먼스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특히 라마야나 서사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전개는 외국인에게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브사키 사원: 발리 힌두교의 중심에서 겸손을 배우다
브사키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큰 사원이자 ‘어머니 사원’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아궁 화산 기슭 해발 1000m에 위치해 있으며, 실제로 힌두교도들의 순례지로 기능하고 있는 살아있는 신전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현지 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날이었는데,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순례를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대부분 흰색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고, 향이 가득한 제단에서 무릎을 꿇고 예배하는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이곳에서도 사롱 착용은 기본이며, 사원 내에서 큰소리를 내거나 사진을 함부로 찍는 행동은 삼가야 했습니다. 한 가이드 분께 “사원은 신과 연결된 공간이니, 방문자는 잠시 조용한 마음으로 그곳의 에너지를 느끼기만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원 예절 체크리스트: 발리에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
- 사롱과 허리띠 착용: 대부분의 사원에서 필수입니다. 입구에서 무료 대여도 가능합니다.
- 월경 중 여성의 출입 금지: 힌두 전통에서 신성하지 않다고 여겨지므로 출입이 제한됩니다.
- 높은 곳(계단, 탑 등)에서 예배자 위로 지나치지 않기: 예배자보다 높은 위치에 서는 것을 금기시합니다.
- 제단이나 제물에 손대지 않기: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신에게 드리는 제물입니다.
- 사진 촬영 시 조심스럽게: 예배 장면은 반드시 허락을 받고 찍는 것이 예의입니다.
마무리하며: 여행 그 이상의 배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발리의 사원은 그곳 사람들의 삶과 신념이 녹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울루와뚜의 절경 속에서 전통공연을 보고, 브사키에서 순례자들의 경건한 마음을 지켜보며 저는 깊은 존중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발리를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은 사원을 방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곳에서는 조용히 머물며, 자연과 인간, 신 사이의 연결을 천천히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은 가끔, 침묵 속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건네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