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리 우붓에 도착했을 때 저는 단순히 ‘일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상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내면서 만난 다양한 국적, 다양한 직업군의 디지털노마드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들과 함께한 일상 속에서 느낀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공통점 1 – 명확한 일과 삶의 경계
우붓에 머무는 대부분의 디지털노마드들은 일과 휴식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관을 갖고 계셨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는 현지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에 앉아 놀랄 정도로 집중해서 업무를 보셨고, 오후에는 요가, 서핑, 자연 산책 등으로 하루를 재정비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금세 번아웃에 빠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한 독일인 마케터 분은 "여기선 해가 지기 전까진 꼭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며, 업무만으로 꽉 채운 하루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그런 습관을 조금씩 따라 하면서, 이전보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가는 걸 느꼈습니다.
공통점 2 – '노마드'는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자유롭고 낭만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국가를 옮겨 다니고, 언제 어디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인데요. 그런 만큼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는 신중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코워킹 공간이나 현지 커뮤니티 모임에서는 꽤 개방적으로 다가오십니다. 저도 우붓에 머무는 동안 두어 번 커뮤니티 이벤트에 참석했는데, 이름을 묻는 대신 “어디에서 일하세요?”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더군요. 직업이 곧 정체성이 되는 문화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공통점 3 – '불안정성'에 익숙한 삶
고정된 월급, 고정된 주소가 없는 삶이기에 이분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법을 알고 계셨습니다. 우붓에서는 정전이나 인터넷 문제도 종종 발생했는데요, 저처럼 당황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럼 오늘은 오프라인 작업을 하지 뭐”라며 여유롭게 넘어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캐나다 출신의 개발자 분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예상이 빗나가는 상황이 일상이에요. 그래서 전 항상 플랜 B를 만들어 둡니다. 마치 마법처럼요.” 그 말이 당시에는 조금 과장된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전략이 노마드 생활의 핵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차이점 – 국적과 직업군에 따라 다른 ‘루틴’
같은 노마드라도 국적과 직업군에 따라 일상 루틴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캐나다 출신의 프리랜서들은 늦은 오후나 저녁까지 일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본사나 클라이언트의 시간대에 맞추다 보면 그렇게 되더군요.
반면 유럽에서 온 작가나 크리에이티브 관련 종사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짧고 강렬한 집중 시간을 만든 뒤, 오후는 전적으로 휴식이나 문화 체험에 사용하셨습니다. 그분들 중 몇 분은 예술가 마을 근처에 장기 체류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명상을 배우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마무리하며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는 하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발리 우붓이라는 곳은 그런 다양한 방식의 삶을 존중해 주는 도시였습니다. ‘일하면서 여행하는 삶’이 단순히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결국 스스로의 루틴과 기준을 정립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서도 디지털노마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발리 우붓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유롭지만 자기 주도적인 사람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커뮤니티가 있는 그곳에서, 분명 여러분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일상과 일을 조율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