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약 3개월간 장기 체류하며 일과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 중 하나가 바로 은행 계좌 개설이었습니다. 처음엔 ‘관광 비자니까 안 되겠지’ 하고 포기하려 했지만, 몇 가지 방법을 통해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고, 지금은 현지 모바일뱅킹 앱까지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은 과정을 바탕으로, 발리에서 외국인이 어떻게 계좌를 만들 수 있는지 현실적인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관광비자로 계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이 바로 이겁니다. 관광비자로는 인도네시아 은행 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역 지점장 재량에 따라 열어주는 경우도 있고, 특정 서류를 갖추면 제한적으로 개설이 가능합니다.
저는 우붓(Ubud)에 있는 BNI 은행을 방문했는데, 처음엔 거절당했지만, 한 현지 친구의 소개로 지점장을 따로 만나 상담한 끝에 계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발리에서 장기 체류할 이유가 충분하고, 자금 세탁 같은 목적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준비한 서류
- 여권 원본 + 비자 페이지
- 현지 숙소 임대 계약서 (한 달 이상 체류 증빙)
- 한국은행 잔고 증명서 (영문)
- 현지인 추천서 (공식 문서는 아니었지만, 지점장 설득에 도움 됨)
공식적으로 요구된 서류는 아니지만, 은행 담당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증빙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특히 장기 임대 계약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BNI vs BCA vs Mandiri, 어디가 좋을까?
제가 조사했던 3대 인도네시아 은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 BNI (Bank Negara Indonesia): 외국인 계좌 개설에 가장 유연. 영어 가능한 직원 있음.
- BCA (Bank Central Asia): 발리 전역에 지점이 많지만, 외국인 계좌 개설은 가장 까다로움.
- Mandiri: 모바일 앱 사용 편리. 외국인 응대는 케바케.
결국 저는 BNI 계좌를 개설했고, 모바일 앱(BNI Mobile Banking)도 영문 버전으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앱에서 QR코드 결제, 잔액 확인, 송금까지 가능해서 매우 편리했습니다.
수수료와 유지 조건은?
제가 받은 BNI 기본 계좌는 월 유지비가 약 5,000 루피아(약 500원) 정도였고, 통장 잔고에 특별한 최소 금액 조건은 없었습니다. 해외 송금은 앱에서 직접 가능하지 않아 은행 지점을 통해야 했고, 한 번 시도했을 때 송금 수수료는 약 50,000 루피아(약 5,000원)였습니다.
카드는 직불카드 형태의 ATM + 결제 가능 카드를 발급받았고,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 외국인이라서 신용카드는 발급이 불가능했습니다.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 은행 점심시간엔 방문을 피하세요. 대부분 11:30~13:00 사이엔 거의 업무가 마비됩니다.
- 공휴일이 많아 은행 영업일이 유동적이니 미리 확인하세요.
- 영문 서류는 필수입니다. 인니어로 번역된 서류를 요구받을 수도 있으니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현지인 도움을 받는 것이 계좌 개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발리에서는 개인적 네트워크가 법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결론: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다
발리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은행 계좌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공식 절차만 믿기보단, 현실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지점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거나,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계좌를 만든다고 해서 비자나 체류 조건이 자동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비자 문제는 별도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저는 소셜 비자(Social-Cultural Visa)로 체류 연장을 했고, 이 또한 계좌 개설 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발리에서 장기 체류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