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베트남에 장기 체류를 시작했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외국인 등록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장기간 머무르면 외국인등록증(ARC)을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 것처럼, 저도 베트남에선 똑같이 뭔가 등록해야 하는 줄 알고 이민국을 찾아갔었죠. 하지만 베트남은 생각보다 훨씬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에는 ‘외국인등록증’이라는 제도가 없다
많은 분들이 처음 듣고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베트남에는 우리나라의 외국인등록증(ARC) 같은 실물 신분증 발급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체류 비자(Visa)나 TRC(Temporary Residence Card, 임시 거주증)를 통해 장기 체류 여부를 판단하죠.
제가 하노이에서 처음 몇 개월 머물 땐 관광비자(E-visa)로만 연장하며 지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체류자에 대해 일일이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고, 비자와 체류지 등록으로 관리합니다. 즉, “외국인등록증 없이 머무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비자 상태와 체류지 신고가 핵심입니다.
관광비자 연장으로 오래 머물기 (합법)
제가 가장 먼저 이용한 방법은 ‘관광비자 연장’입니다. 전자비자(E-visa, 30일 단수 또는 90일 복수)가 일반적이며, 비자 만료 전에 여행사나 비자 대행사를 통해 연장이 가능합니다. 요즘은 90일짜리 E-visa도 다시 발급되고 있어서 훨씬 수월해졌어요.
예를 들어, 제가 호찌민에서 체류할 때는 복수 E-visa로 3개월 머물고, 이후 국경을 한번 나갔다가(예: 캄보디아), 다시 E-visa를 받아 재입국하는 식으로 머물렀습니다. 이 방식은 완전 합법이며, 아직까지는 많이들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체류지 등록은 꼭 해야 한다 (합법 요건)
베트남에서는 비자를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또는 월세방에 살 경우 ‘체류지 등록(Temporary Residence Notification)’이 필요합니다. 이를 안 하면 경찰 단속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제가 다낭에 머물렀을 때 실제로 한밤중에 경찰이 숙소에 들이닥쳐 체류자 명단 확인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미리 신고해 둔 덕분에 문제가 없었지만, 신고가 안 되어 있으면 벌금형이나 출국 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개인방 계약 시엔 집주인이 체류지 등록을 해줘야 합니다. 보통 공안(경찰)서에 등록서를 내면 되는데, 베트남어 서류가 필요하므로 집주인의 협조가 필수입니다. 장기 체류하실 분들은 이 부분 꼭 확인하세요.
TRC(임시 거주증) 발급받기 (합법, 조건부)
TRC는 베트남에 1년 이상 머무르려는 분들이 발급받는 일종의 ‘거주 허가증’입니다. 제가 베트남 로컬 회사에서 파트타임 계약을 맺고 일할 때, 이 TRC를 발급받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 현지 회사 취업 비자 또는 사업자 등록 (DT 비자)
- 결혼을 통한 가족 비자 (TT 비자)
- 학교 입학을 통한 학생 비자 (DH 비자)
이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베트남에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DT 비자를 통해 TRC를 신청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만난 몇몇 디지털노마드 분들은 실제로 이 방법을 써서 2년짜리 TRC를 발급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이 300만~500만 원 이상 들기 때문에, 일반 여행자나 프리랜서에겐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 비자 없이 머무는 경우
베트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비자 만료 후 체류’입니다. 이 경우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비자가 하루라도 만료되면 불법 체류자로 간주되고, 벌금과 출국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의 체류 관리에 더 엄격해졌습니다.
제가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한 친구는 비자 기간을 깜빡 잊고 며칠 넘긴 후, 출국 시 공항에서 200달러 가까운 벌금을 내고 강제 출국당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런 불상사는 꼭 피하셔야 합니다.
결론: 외국인등록증은 없지만, 절차는 꼭 따라야
정리하자면, 베트남에서는 외국인등록증이란 개념은 없지만, 다음 3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유효한 비자를 유지할 것
- 숙소를 통한 체류지 등록을 완료할 것
- 장기체류 시에는 TRC 등 법적 근거를 갖출 것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매우 명확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서류를 제대로 챙기고만 있으면 베트남은 외국인에게 꽤 너그러운 나라입니다. 단지 방심은 절대 금물이고, 비자 정책은 수시로 바뀌니 최신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셔야 해요.
혹시 지금 베트남에서 장기 체류를 고려 중이신가요? 댓글이나 메시지로 궁금하신 부분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함께 고민해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