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마지막 비경.” 베트남 손둥 동굴(Sơn Đoòng Cave)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이 수식어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이자, 자연이 수천만 년 동안 만들어낸 경이로운 지하 세계였죠.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곳은 꽝빈(Quang Binh)이라는 도시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베트남 꽝빈의 꽝빈까지 가는 여정
손둥 동굴이 위치한 곳은 꽝빈성의 퐁나케방 국립공원(Phong Nha-Kẻ Bàng)입니다. 하노이나 호치민에서 곧장 갈 수는 없고, 동허이(Dong Hoi) 공항으로 항공편을 타고 이동한 뒤,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저는 하노이에서 국내선을 이용했고,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5분이었습니다. 도착 후 픽업차량을 타고 국립공원 인근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손둥 동굴 투어는 개인이 자유롭게 갈 수 없습니다. 반드시 허가받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투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소합니다. 1년 동안 정해진 인원만 입장할 수 있고, 예약은 보통 수개월 전부터 마감됩니다.
손둥 동굴 투어, 비용과 일정
제가 신청한 투어는 Oxalis Adventure에서 운영하는 4박 5일 패키지입니다. 가격은 무려 1인당 약 3,000달러. 한국 돈으로는 4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죠.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 투어는 숙박, 식사, 장비, 가이드, 포터(짐 운반), 국립공원 허가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루 평균 10km 이상 걷고, 지하강을 건너고,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기도 하며, 중간중간 캠핑 텐트에서 하룻밤씩 머뭅니다.
준비물은 대부분 제공되지만, 기본적인 등산화와 방수복, 개인 위생용품은 직접 챙겨야 합니다. 체력은 꼭 필요합니다. 전문 등산인은 아니어도 되지만, 최소한 몇 시간 이상 걷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동굴 속은 별세계
손둥 동굴에 들어간 첫날, 압도당했습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시야가 확 열리고, 천장이 200m는 족히 되는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죠. 안개가 자욱한 그 공간은 영화 아바타 속 풍경처럼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동굴 내부에는 스스로 기후를 만드는 생태계가 존재하고, 강이 흐르며,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조각처럼 서 있습니다. ‘동굴 안에 정글이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햇빛이 스며드는 동굴 천장 틈 아래엔 실제로 식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가이드가 중간에 불을 끄고 잠시 눈을 감자고 했습니다. 1분쯤 지나자,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그 침묵은 무섭지 않고 경건했어요. 이런 ‘자연 속 고요’를 느껴본 적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동, 일정, 준비 – 정리해 드립니다
- 도착 방법: 하노이/호치민 → 동허이 공항 → 퐁나 지역 (차량 약 1시간)
- 예약: 최소 4~6개월 전, Oxalis 공식 사이트에서만 가능
- 가격: 약 3,000 USD (4박 5일)
- 포함사항: 숙박, 식사, 장비, 가이드, 포터, 캠핑, 보험 등
- 필수 준비물: 튼튼한 등산화, 개인 위생용품, 방수복, 체력!
- 주의사항: 건강 이상자, 고소공포증 있는 분은 참여 불가
베트남 여행의 새로운 차원
우리가 아는 베트남은 대부분 도시나 해변 위주입니다. 하지만 손둥 동굴을 경험한 뒤로 저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지구 탐험’이었고, 동시에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든 깊은 시간이었어요.
비싸고, 힘들고, 쉽지 않지만, 만약 여러분께 단 하나의 특별한 여행지를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베트남 꽝빈의 손둥 동굴을 말씀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