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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서의 평화, 그러나 느닷없는 인터넷의 배신

by richgirl5 2025. 8. 1.

우봇에서의 디지털노마드 관련 사진

발리, 특히 우붓은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이라는 말로 자주 소개됩니다.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공간에서 노트북 하나로 일할 수 있다니, 저에게는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 저는 발리 우붓에 한 달 살기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서 저를 가장 당황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인터넷 속도였습니다.

처음엔 평화로웠습니다.

공항에서 우붓까지 약 1시간 반. 초록으로 뒤덮인 도로와 논밭을 지나 도착한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개인 방이었습니다. 방은 넓고, 욕실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구조라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스트도 친절했고, "와이파이 빠릅니다!"라는 설명에 큰 기대를 품고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첫 이틀간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메일 확인, 문서 작성, 줌 미팅까지 무리 없이 가능했습니다. 카페도 돌아다니며 일했고, '이래서 다들 우붓 우붓 하는구나' 하며 저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9시,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날은 중요한 화상 미팅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서울 본사와의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이었고, 저는 발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미리 PPT도 준비해 두고, 조용한 숙소에 앉아 줌을 켰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켜지지 않았고, 제 목소리가 계속 끊긴다는 메시지가 채팅창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인터넷 속도 측정을 해보니… 다운로드 3Mbps, 업로드는 0.5Mbps. 제가 말하는 동안, 화면이 멈춰 있거나 로봇처럼 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결국 발표는 다른 동료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난 후, 자리에 앉아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시간대와 날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후에도 저는 우붓에서 몇 차례 더 인터넷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우붓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이나 저녁 시간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엔 공유 대역폭 문제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고 하더군요.

그날 찾은 대안, 우붓의 코워킹 스페이스

그 사건 이후 저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급히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Hubud’라는 코워킹 카페였습니다. 우붓의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데, 단기 이용이 가능한 데이패스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안정적이었고, 조용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그 뒤로는 주요 업무는 모두 이곳에서 처리했습니다.

현지 SIM과 핫스팟, 결국 그것이 살 길

또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로컬 SIM 카드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통신사마다 데이터 요금제가 다르지만, 저는 Telkomsel 유심을 구입해서 휴대폰으로 테더링을 하였습니다. 물론 LTE 속도도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회의나 외부 일정에서는 꽤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우붓에서 일하실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팁

  • 숙소 예약 전: ‘인터넷 속도’는 반드시 리뷰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Fast Wi-Fi”라는 말만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 대체 장소 확보: 카페 또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미리 체크해 두세요. 갑작스러운 회의나 영상 전송이 필요한 날엔 생명선이 됩니다.
  • 데이터 핫스팟: 로컬 SIM으로 핫스팟을 마련해 두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Telkomsel이나 XL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발리에서 일하는 것, 생각보다 낭만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여행지에서 일하는 삶을 낭만적으로 상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현실적인 문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붓은 자연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인터넷 속도 하나로 모든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저는 직접 겪고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날, 발표를 못하고 망연자실했던 저녁. 저는 강가의 작은 와룽(현지 식당)에서 나시고랭과 맥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대책이 있으니 괜찮아.’ 그렇게 또 하루를 배움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