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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숨바 섬

by richgirl5 2025. 5. 18.

인도네시아 숨바섬 관련 사진

발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요즘, 저는 다른 선택지를 찾고 싶었습니다. 덜 알려졌지만 진짜 같은 자연, 사람 냄새 나는 곳. 그러다 알게 된 이름 하나—숨바(Sumba). 인도네시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섬은, 지도에서 찾기도 쉽지 않을 만큼 외진 곳이지만 그 안에는 거짓 없이 살아 있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숨바에 도착한 순간 느낀 낯섦과 경이로움

숨바 섬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두 번 갈아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섬들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숨바 공항은 소박한 시골역 같은 분위기였죠. 에어컨도 간판도 없이 바람만 흐르던 공항 앞에서, 저는 오래된 인도네시아의 얼굴과 처음으로 마주했습니다.

섬 전체가 하나의 마을처럼 느껴졌습니다. 콘크리트보다는 풀과 돌, 그리고 나무가 더 많은 길. 아이들은 맨발로 달리고, 어른들은 볕을 피해 느릿느릿 걷습니다. 숨바에서는 시간조차 햇살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와이카부바크에서 만난 진짜 섬사람들

숨바 여행은 섬의 서쪽 도시인 와이카부바크(Waikabubak)에서 시작했습니다. 중심지라 해도 오토바이 몇 대와 작은 시장이 전부지만, 그 안에 살아 있는 삶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진짜였습니다.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 생선을 고르고, 망고를 사서 리조트 직원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리조트 매니저가 저를 데리고 간 마라푸(Marapu) 전통 마을에서는 돌로 만든 무덤과 선조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강렬했고, 사람들이 그 무덤을 지나치며 짧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자연과 조상, 현재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숨바의 바다는 조용히 다가옵니다

숨바의 바다는 발리처럼 요란하지 않습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해변도 없고, 비치바도 없습니다. 대신 이름도 없는 조용한 해변이 숨어 있습니다. 가끔은 운전기사가 차를 멈추고 “이쪽으로 내려가 보세요” 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모래길을 따라 바위를 지나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푸른 해변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해변에 아무도 없는 풍경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숨바에서 처음으로 그런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바다로 들어가자, 물살은 잔잔했고 무릎 아래로 고운 모래가 사르르 흘러내렸습니다. 해가 질 무렵, 붉은 노을이 바다 위에 반사되며 온 세상이 주황빛으로 물들었을 때, 이 섬은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오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

인도네시아 숨바 섬에서의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해변에 들렀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느렸고, 파도는 꾸준했으며, 아이들은 또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이 며칠간, 저는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의미 없는 말도 하지 않고, 자연을 관찰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그 단순한 일상이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숨바 섬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저 한 조각의 자연이고, 삶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하더군요. “숨바는 한 번만 가는 곳이 아니야.”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말이지, 아직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는 곳, 그것이 숨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