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저만의 루틴이 생겼습니다. 바로 매일 저녁, 동네 마사지숍에 들러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이었죠.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올드타운’ 안이나 님만해민 지역의 고급 스파도 좋지만, 제가 매일같이 찾았던 곳은 조금은 소박하고, 그래서 더 정이 가는 ‘현지인 단골 마사지숍’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저렴해서 갔어요”
제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는 마사지숍이 세 군데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손님이 끊이지 않던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어 간판도 없고, 관광객보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태국 현지인들이 주로 출입하는 곳이었어요.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하며 들어갔습니다. 가격은 정말 저렴했거든요. 전신 타이 마사지를 1시간에 180바트, 우리 돈으로 만 원도 안 되는 금액에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손맛이 남달랐습니다”
첫날, 한 중년 여성 마사지사 분이 저를 맡아주셨는데, 손끝이 정말 섬세했어요.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뻐근한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풀어주더라고요. 놀란 저는 마사지를 받는 도중 몇 번이나 눈을 떴다가 다시 감곤 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마사지가 끝나고 나서 몸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매일 가도 똑같은 정성”
보통 마사지숍은 자주 가다 보면 서비스가 약간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일 가도, 그날의 제 컨디션을 먼저 물어보고, 아픈 데가 있는지 세심하게 체크한 뒤 마사지를 해주셨어요. 심지어 어떤 날은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은 허리가 좀 굳었네요”라며 먼저 짚어주시더라고요. 그럴 땐 마치 제가 단골 고객이라기보단, 가족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밀은 바로 마사지사의 경력”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마사지숍은 대형 리조트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마사지사들이 은퇴 후 모여 만든 공간이더라고요. 관광지 특유의 상업적인 분위기보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들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늘 정성과 기술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말하자면 ‘숨겨진 장인들’이 모인 곳이었던 셈이죠.
“마사지 외에 또 다른 힐링 요소들”
이곳에 매일 가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 조용한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오토바이 소음 없이 평화롭게 쉴 수 있었고,
- 마사지 후 허브차를 따뜻하게 제공해 주셨는데,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른 차를 주셨어요. 어떤 날은 레몬그라스, 어떤 날은 진저티, 이런 세심한 배려가 좋았습니다.
- 마사지 베드가 커튼으로 모두 분리되어 있어서 프라이버시도 잘 지켜졌고요.
“가게 이름도 안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저는 이 가게를 일부러 블로그에 이름도, 위치도 적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관광객들이 몰리면 이 따뜻하고 조용한 공간이 변질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죠. 대신, 치앙마이에 머문다면 한 번쯤 현지인들이 찾는 동네 가게에 용기 내어 들어가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가격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한 달의 끝, 가장 그리운 공간”
치앙마이를 떠나는 날, 그곳에도 마지막으로 들렀습니다. 마사지를 마친 후 마사지사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니, 예쁜 작은 향주머니를 건네시더라고요. “당신 냄새처럼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매일 찾은 그 마사지숍. 몸이 편해지는 곳이기도 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손맛이 그리울 때면, 그 골목길의 저녁 풍경과 향기까지 함께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