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짜 쉼을 찾고 싶었던 나는, 치앙마이 북쪽에 위치한 한 로컬 리트릿 공간을 찾게 되었습니다. 리조트나 고급 요가 센터가 아닌, 현지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치앙마이 중심에서 차로 40분 거리, 도이수텝 산을 조금 넘어가면 ‘반사이탄(Baan Sai Than)’이라는 이름 없는 듯한 작은 리트릿 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첫날: 자연과 눈 마주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숲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고, 웰컴 티는 레몬그라스와 파인애플이 섞인 현지 허브티였습니다. 숙소는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커튼도 없는 개방형 통나무집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밤이 되니 시원한 바람과 벌레 소리, 새소리가 자연의 자장가처럼 들렸습니다.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둘째 날: 몸과 마음 정리하기
아침 7시에 자연스럽게 깨어났습니다. 리트릿에서는 매일 아침 8시에 명상 세션이 열립니다. 참가자는 나 포함 다섯 명. 명상은 전문 스님이 이끄는 ‘사일런트 워크(silent walk)’로 시작되었습니다. 숲을 천천히 걷고, 들리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이 단순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마음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이후엔 태국식 요가인 ‘루시닷튼(Ruesi Datton)’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일반 요가보다 움직임이 작고 호흡이 중심이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땀을 부르게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난 후, 무첨가 코코넛 밀크로 만든 채식 스무디 볼을 먹으며 웃는 내 모습을 보며, ‘도심에서는 내가 이렇게 웃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 디지털 디톡스의 효과
리트릿의 핵심은 디지털 디톡스였습니다. 입장 전 핸드폰을 맡기고, 3일 동안 일절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손이 허전하고, 불안했지만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책 한 권을 천천히 다 읽고, 이름 모를 현지인과 흙을 밟으며 산책하고, 매일 적는 저널이 익숙해졌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밤의 '자연 사운드 요가'. 반딧불이 가득한 숲 속에서, 작은 대나무 매트 위에 누워 풀벌레 소리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밤은 인생에서 가장 깊이 잔 밤이었습니다.
추천하는 리트릿 공간 2곳
- Baan Sai Than - 태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산속 리트릿. 하루 3끼 채식 식사 포함. 1박 약 800바트.
- Suan Sati - 요가 중심의 리트릿. 친환경 숙소, 공용공간, 명상 포함. 영어 프로그램 운영.
준비물 팁
- 해먹이나 모기장: 산속에서는 꼭 필요합니다.
- 작은 노트와 펜: 디지털 디톡스 중 기록용.
- 얇은 바람막이와 긴 바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합니다.
총평: 내 안의 조용한 쉼을 깨우다
치앙마이의 로컬 리트릿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싼 요가 리조트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회복력을 가진 공간이었습니다. 숲, 바람, 흙, 허브, 고요한 웃음.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당신도 진짜 쉼을 찾고 있다면, 치앙마이의 로컬 리트릿을 꼭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