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휴양지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은 후아힌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여행에서 조금 더 조용하고 덜 알려진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이 바로 프라쭈압키리칸(Prachuap Khiri Khan)이라는 작은 해안 도시였습니다. 이름도 길고 낯설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왜 이제야 이곳을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바다 마을이었습니다.
방콕에서의 여정, 기차 타고 느릿하게
프라쭈압키리칸은 방콕에서 남쪽으로 약 5시간 거리입니다. 저는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기차를 선택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넓은 창으로 펼쳐지는 전원 풍경과 간이역의 소박한 모습들 덕분에 이동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쿠알럼퐁 역에서 출발해 남부선 라인을 따라 내려가면 프라쭈압 역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마치 시골 마을에 온 듯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조용하고 소박한 해변, 아오 마나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오 마나오(Ao Manao) 해변이었습니다. 이 해변은 태국 공군 기지 안에 있어서, 입장 시 신분증 제시가 필요하긴 하지만 군 시설 치고는 굉장히 개방적이고 친절한 분위기였습니다. 해변은 길고 완만하게 펼쳐져 있어서 가족 단위 여행자도 많았고, 상업적인 상점이나 소음 없이 정말 조용히 쉴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해 질 무렵 백사장을 따라 산책하며 잔잔한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그 평온함은 다른 어느 유명 해변보다도 인상 깊었습니다.
원숭이들과 만나는 카오롬뭉산
프라쭈압키리칸에서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는 카오롬뭉산(Khao Lom Muak) 등반입니다. 이 산은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꽤 있어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야생 원숭이들이 자연스럽게 살고 있어서, 산 중턱부터 끝까지 원숭이와의 조우가 이어집니다. 저는 준비해 간 바나나를 조심스럽게 나눠주며 사진도 찍고,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상을 오르면 프라쭈압 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서, 고생한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현지식 아침 식사, 그리고 느긋한 마을 산책
다음 날 아침, 저는 숙소 근처 작은 로컬 식당에서 쌀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태국어 메뉴 판 뿐이라 조금은 어렵지만, 주인아주머니가 웃으며 추천해 준 국수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어요. 프라쭈압은 관광지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이기에, 시장과 카페, 절까지 모두 로컬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덕분에 관광객 티를 내지 않고 천천히 마을을 산책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프라쭈압키리칸의 매력은 ‘조용함’ 그 자체
이곳은 화려한 리조트도, 인스타그램용 스팟도 없습니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 바다, 사람들의 일상이 있습니다. 여행 중 만난 현지인들과의 소소한 대화, 시장에서 산 과일 하나, 바닷바람 맞으며 조용히 앉아있는 시간이 어느새 마음을 편하게 해 주더군요.
유명 관광지를 따라다니는 것에 지쳤다면, 이런 조용한 곳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됩니다.
방콕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태국 프라쭈압키리칸, 방콕 근처 숨겨진 바다 마을”이라는 제목처럼, 방콕에서 가까우면서도 번잡함 없이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진짜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습니다.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를 찾고 싶으시다면, 프라쭈압키리칸에서의 며칠을 꼭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행지보다 '머무름' 자체에 가치를 두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