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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바탄 섬

by richgirl5 2025. 5. 21.

필리핀 바탄섬 관련 사진

필리핀 하면 대부분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같은 해변 리조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봤어요. 마닐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탄(Bataan), 그중에서도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Las Casas Filipinas de Acuzar)라는 작은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유럽이 아닌, 필리핀 본토에서 만나는 유럽풍 건축 마을이었고, 상상 이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마닐라에서 바탄까지 가는 길

마닐라에서 바탄까지는 차로 약 3시간 거리입니다. 새벽 일찍 마닐라를 출발해 북쪽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점차 도시의 소음이 줄어들고,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라스 카사스 필리피나스 데 아쿠자르는 바탄의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복원 마을입니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필리핀 전역에 흩어져 있던 유서 깊은 저택들을 이곳으로 옮겨 재조립한 공간인데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스페인 식민 시대의 거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돌길과 마차, 그리고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저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실제 과거 필리핀 각지에서 이주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내부까지 그대로 복원해 박물관처럼 둘러볼 수 있었고, 일부 건물은 지금도 호텔이나 레스토랑, 상점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특히 한 건물 안에서는 당시 귀족들이 사용하던 고가구와 식기류, 손으로 짠 커튼까지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직원분이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역사 공부하는 느낌도 났습니다.

투숙도 가능, 하루 코스로도 충분

라스 카사스는 입장료만 내고 하루 관람만 할 수도 있고, 1박 이상 머물며 체험형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일치기로 다녀왔지만, 다음에는 꼭 숙박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곳곳에 수영장이 있고, 바닷가도 바로 붙어 있어서 휴양지로도 손색없었습니다. 또 마을 내 전통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어서 낮에도 저녁에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다만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평일이나 오전 시간을 추천드립니다.

바탄 주변의 작고 조용한 풍경들

라스 카사스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바탄 인근을 둘러보았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작은 어촌 마을들과 고요한 사찰들, 언덕 위 전망대까지 소박한 매력이 넘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마운트 사마트 국립 기념비(Mt. Samat National Shrine)에서는 필리핀의 역사와 함께 탁 트인 바탄 만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닐라에서 가까우면서도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여행지가 있다는 것이, 왜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마닐라 근교, 유럽풍 마을 여행 어떠세요?

사실 바탄은 필리핀 내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여행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닐라에서 멀지 않고, 혼잡하지 않으며,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단순한 휴양을 넘어,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 건축미를 함께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필리핀 바탄 섬, 마닐라 근처에 이런 유럽풍 마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이색적인 매력이 가득한 여행지였습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 조용히 걷고 사진 찍고 느낄 수 있는 하루를 원하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