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하노이역, 야경 속 출발 준비

by richgirl5 2025. 7. 5.

하노이 기차여행 관련 사진

밤 9시 반, 하노이역에 도착하자 기차 플랫폼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여전히 활기찼습니다. 플랫폼 한쪽에선 배웅하는 가족들, 커다란 배낭을 멘 여행자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저 역시 2박 3일간의 사파 일정 중 첫 번째 관문, 슬리핑 트레인(숙면열차) 탑승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탑승한 기차는 Livitrans Express. 1등석 슬리핑 캐빈으로, 4인 1실 구조입니다. 침대에는 깔끔한 시트와 베개, 담요가 준비되어 있었고 작은 독서등과 콘센트, 생수 두 병까지 놓여 있어 기본적인 편의성은 충분했습니다.

기차 안에서의 밤, 낭만과 현실 사이

탑승 후 10시가 조금 넘어 기차가 출발했습니다. 서서히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처음엔 흥분과 설렘으로 잠이 오지 않았지만, 차츰 기차 특유의 리듬감에 몸이 익숙해지며 스르르 눈이 감겼습니다. 제 위 침대엔 프랑스인 커플, 아래쪽엔 하노이에서 출장 온 베트남 남성이 함께 있었는데, 조용한 분위기 속 서로 조심하며 쉬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차는 다소 흔들리지만, 기차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충분히 낭만적일 겁니다. 무엇보다 기차 밖으로 흘러가는 야경, 드문드문 지나치는 역들의 불빛, 그리고 밤공기 특유의 서늘함은 비행기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이었습니다.

사파 도착, 이른 아침의 설렘

아침 6시경, 기차는 라오까이(Lao Cai) 역에 도착합니다. 사파는 여기서 다시 1시간 30분 정도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역 앞엔 이미 수많은 기사들이 '사파 사파'를 외치며 호객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사전에 숙소에서 픽업을 예약해 둬서, 큰 문제없이 편안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의 사파는 안개가 자욱했고, 공기는 상쾌하며 도시보다 몇 도는 낮은 듯한 시원함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기차에서 씻지 못해 피곤하긴 했지만, 그 풍경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갔습니다.

슬리핑 트레인 vs 야간버스, 어떤 게 좋을까?

베트남에서 사파까지 가는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은 야간 슬리핑 트레인슬리핑 버스입니다. 제가 체험한 기차는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독립된 공간과 일정한 진동, 중간 휴게소에 서지 않고 편히 누울 수 있는 점에서 훨씬 안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반면 버스는 시간은 조금 더 짧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도로 상태나 급정거로 인해 깊은 잠을 자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행 목적이 풍경과 경험이라면 기차, 빠르게 이동하고 싶다면 버스를 추천드립니다.

여행자의 팁

  • 표 예매: 현장 구매보다는 Baolau12go.asia 같은 사이트에서 사전 예매 추천
  • 짐 보관: 기차 칸 내 상단 선반 또는 침대 아래 공간 이용 가능
  • 보안: 도난 사고는 드물지만, 귀중품은 작은 자물쇠가 달린 백팩에 넣는 것이 안전
  • 화장실: 칸마다 있으나, 위생 상태는 천차만별. 물티슈 필수!

맺으며

‘이동도 여행의 일부다’라는 말처럼, 하노이에서 사파로 향하는 슬리핑 트레인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목적지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다음에 다시 하노이를 찾는다면, 저는 또 한 번 이 기차를 타고 사파로 향할 것입니다. 이번엔 다른 계절, 다른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