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 둘째 날, 호텔에서 멀지 않은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가 작은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문은 낡았지만, 안쪽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타 선율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로스팅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쳤고, 오래된 나무 의자와 벽 가득 붙은 흑백 사진들이 이곳이 단순한 카페 이상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첫 만남, 그리고 자연스러운 대화
창가 자리에 앉아 연유 커피를 주문하자, 머리가 희끗한 주인아저씨가 직접 가져다 주셨습니다. 진한 커피 향에 취해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베트남 청년이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단어를 고르는 그의 말투가 참 진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가 들려준 사랑 이야기
그 청년의 이름은 린(Linh)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 관광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화가 한참 이어지다, 그는 문득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의 연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 중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매일 아침과 밤에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버티고 있다고 했습니다.
린은 웃으면서도 눈빛이 살짝 흔들렸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 있다고 믿어요.” 그 한마디가 카페 안의 기타 소리와 함께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카페의 배경이 된 음악
그날 카페 한쪽에서는 중년의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어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애절한 멜로디와 린의 이야기가 겹쳐져 하나의 장면처럼 남았습니다. 창밖으로는 오토바이가 지나는 소리, 커피를 내리는 기계의 '칙' 하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렸습니다.
헤어짐과 약속
린은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제게 카페의 작은 명함을 건넸습니다. “혹시 다시 하노이에 오면, 이곳에서 다시 봐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낯선 도시에서 만든 특별한 인연의 약속이었습니다. 저는 명함을 지갑 속에 넣으며,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여행에서 남은 건 장면과 이야기
숙소로 돌아가는 길, 커피 향이 여전히 코끝을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린의 이야기와 그의 눈빛이 제 마음속에서 잔잔히 울렸습니다. 여행은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