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다 보면 여행자가 아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매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죠. 하루하루 익숙해져 가는 골목, 단골이 되어버린 로컬 카페,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선물은 ‘사람’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의 한 달 살기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조용한 도시에서 만난 은퇴한 프랑스 수의사
제가 한 달을 머물렀던 도시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느릿한 도시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곧 그 고요함 속에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게 되었죠. 그리고 어느 날 오후, 동네 강변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처음으로 뜻밖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온 60대 중반의 은퇴한 수의사였고, 매년 겨울이면 루앙프라방에서 몇 달씩 머문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사로 시작된 대화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보다 훨씬 많은 인생의 챕터를 겪은 분이었고, 그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루앙프라방은 마음을 쉬게 하는 도시”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에 저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매일 아침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낮에는 책을 읽고, 저녁엔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그의 삶을 보며 ‘이런 여유로운 삶도 가능하구나’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사원에서 시작된 우정, 태국 청년과의 교류
또 하나의 뜻밖의 만남은 지역 사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불교 문화에 관심이 있어 사원에 자주 들렀고, 그곳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태국 청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영어를 연습하고 싶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우리는 며칠에 한 번씩 만나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매우 순수하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고, 저에게 라오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저는 단순히 ‘관광객’이 아닌, 현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언어교환이라는 단순한 목적이 우리 사이에 신뢰를 쌓게 했고, 그것은 짧지만 깊은 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계획되지 않은 만남이 주는 감동
이런 친구들과의 만남은 ‘계획된 여행’에서는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들은 특정한 목적 없이 머무는 제게 다가와 주었고, 아무 조건 없이 시간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이동 경로, 체크리스트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과는 다르게, 한 달 살기 동안의 만남은 느슨하지만 더 진하고, 짧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가끔은 한적한 골목길을 걷다 동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나누게 되고, 로컬 식당의 주인아주머니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주시는 그런 일상 속 순간들도 ‘사람’으로 연결되는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고, 문화가 달라도 따뜻함은 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짧은 인연이 남기는 긴 여운
지금도 저는 종종 루앙프라방의 그 카페를 떠올립니다. 햇살 가득한 오후, 라오스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눈 담백한 대화들, 그리고 멀리 있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친구들의 미소.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과의 짧은 인연이 제 인생의 한 조각으로 소중하게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뜻밖의 친구가 전해준 진짜 여행의 의미
해외에서의 한 달 살기, 그 핵심은 어쩌면 ‘삶을 살아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리듬을 찾으며,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우연히 피어난 관계가 마음의 뿌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뜻밖의 친구들과 함께 배운, 진짜 여행의 의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