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 도착한 첫날 밤, 골목골목에 퍼져 있던 잔잔한 조명과 천천히 흐르는 강, 그리고 느릿느릿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호이안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 작고 조용한 도시에서 저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 소소한 일상의 방식,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오전 6시, 해 뜨기 전 강가 산책
저는 매일 아침 6시쯤 잠에서 깨어납니다. 호이안의 아침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합니다. 오토바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새소리와 먼 데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만이 귀를 간질입니다. 저는 작은 물병 하나를 챙겨서 숙소 근처에 있는 투본강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습니다.
아직 관광객이 거의 없는 시간대라 강변은 정말 평화롭습니다. 현지 주민 몇 분이 똑같은 시간에 조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나무 아래서 티타임을 즐기고 계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짧은 산책이 저에게는 그날 하루의 템포를 정해주는 중요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2. 현지 시장에서의 작은 장보기
산책을 마친 후에는 근처에 있는 호이안 중앙시장 (Chợ Hội An)에 들러 간단한 식료품을 구입합니다. 저는 매일 조금씩 과일이나 채소를 사는 걸 좋아하는데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오가다 보면 어느새 단골 상인들과도 정이 쌓입니다.
가끔은 제 베트남어가 서툴러서 손짓 발짓을 더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상인들과 웃으며 소통하는 시간이 생기곤 합니다. 바나나 한 송이, 드래곤프루트 한 개, 달걀 몇 알. 그렇게 작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볍고 기분 좋습니다.
3. 호이안식 모닝 커피: 카페 탐방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루틴 중 하나는 바로 아침 카페입니다. 호이안에는 정말 매력적인 카페들이 많습니다. 대규모 체인점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박하고 개성 있는 공간들이 많아, 하루하루 새로운 카페를 탐험하는 재미가 큽니다.
주로 가는 곳은 Roastery Hoi An 혹은 U Cafe. 전자는 향이 좋은 핸드드립 커피가 일품이고, 후자는 조용한 정원과 연못이 있는 공간으로, 명상하듯 시간을 보내기에 딱입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전날 적어둔 글을 정리하거나,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합니다.
4. 아침 글쓰기 혹은 온라인 업무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다 보면 루틴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거나 업무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대부분의 카페에는 Wi-Fi가 잘 갖춰져 있어서 간단한 이메일 체크, 블로그 작성, 기획안 정리 등 생산적인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이 제가 ‘일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여행자와 거주자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싶다면, 이런 루틴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5. 오전 10시 전, 조용한 호이안을 만끽하며 돌아오기
호이안의 중심 거리는 오전 10시가 넘으면 관광객들로 점점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그 전에 모든 외출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골목 사이에 위치한 저의 숙소는 아침 햇살이 천천히 들이치는 조용한 공간이어서, 창을 열어두고 나른하게 커피 향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그렇게 오전 10시까지는 외부 활동을 마치고, 숙소 안에서 본격적인 업무 모드로 전환합니다. 이 작은 루틴이 주는 안정감은, 낯선 도시에서 지내는 저에게 굉장히 큰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호이안에서의 아침 루틴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는 매일 새로운 생기를 얻습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좋은 하루가 쌓여간다’는 감각은 이 루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호이안에 머무르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여행 코스 외에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무엇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