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이라는 도시는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작은 마을 같지만, 곳곳에는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오래된 전통과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져서 늘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호이안에서 한 달 이상 머무는 동안,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침 루틴을 만들어 갔습니다. 오늘은 제가 체험한 호이안의 아침, 그리고 제가 그곳에서 나름대로 지켜온 루틴을 상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어떤 기분이었고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새벽 5시, 강가를 따라 걷는 산책
제가 호이안에서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바로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 하늘이 분홍빛과 보랏빛을 동시에 품고 있을 때, 투본강(Tu Bon River) 주변은 고요한 정적 속에 잠겨 있습니다. 보통 여행자들이 움직이기 전의 시간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강가에는 어부들이 그물을 정리하고, 작은 배를 밀며 하루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숙소에서 나와 바로 강가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시가 아니라 작은 마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호흡을 깊게 하고, 전날의 피로를 날려 보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고, 오직 새벽의 공기와 강물의 흐름에만 집중했습니다. 이 습관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하루를 정돈하는 일종의 ‘마음 챙김’ 시간이 되었습니다.
2. 아침시장 방문, 소소한 장보기
산책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호이안의 아침시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데, 특히 오전 6시~8시 사이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그 시간대에 가면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를 이루어, 훨씬 더 자연스러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할 과일이나 간단한 빵, 때로는 신선한 허브나 채소를 샀습니다. 호이안 시장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장사하는 아주머니들과의 짧은 대화에 있습니다. 베트남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했지만, 손짓과 미소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몇 번 얼굴을 트니 “오늘도 왔네?”라는 눈빛을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경험이 아침 루틴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3. 현지식 아침 – 반미와 쌀국수
호이안에서 아침 루틴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아침 식사였습니다. 저는 두 가지 메뉴를 번갈아 먹었습니다. 첫 번째는 반미(Banh Mi), 두 번째는 쌀국수(Phở)입니다.
반미를 파는 가게는 호이안 곳곳에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늘 줄이 길었지만, 저는 주로 숙소 근처 작은 노점에서 사 먹었습니다. 바게트 안에 고기, 야채, 고수를 듬뿍 넣고 매콤한 소스를 뿌려 주는데, 씹을수록 고소하고 향긋했습니다. 서양식 빵과 동양식 재료가 어우러진 독특한 조화가 매일 아침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쌀국수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호이안 쌀국수는 다낭이나 하노이에서 먹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국물이 담백하고, 면발이 조금 더 굵고 쫄깃했습니다. 아침 일찍 뜨끈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몸이 금세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 자리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쌀국수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4. 숙소 발코니에서의 글쓰기
식사 후 숙소로 돌아오면, 저는 커피를 내려서 발코니에 앉았습니다. 호이안의 아침 햇살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아주 좋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전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거나, 그날의 계획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기록을 소홀히 했는데, 호이안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제 일과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기록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오토바이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평범한 소리였지만, 그 배경이 ‘호이안’이라는 사실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간은 저 자신과 대화하는 고요한 순간이었고, 동시에 저의 아침 루틴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5. 운동과 스트레칭
글을 쓰고 난 후에는 가볍게 요가나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호이안에서는 요가 스튜디오도 많지만, 저는 주로 숙소 방이나 발코니에서 직접 했습니다. 이곳의 아침 공기는 한국보다 덥지만 습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기에 적당했습니다. 운동을 하며 땀이 살짝 배어 나오면 오히려 더 개운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루를 활력 있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6. 호이안 아침 루틴이 준 의미
돌아보면 호이안에서의 아침 루틴은 단순히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돌보는 방법’이자, ‘도시와 연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새벽의 강가 산책은 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고, 아침시장은 저를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반미와 쌀국수는 작은 행복을 선물했고, 발코니에서의 글쓰기는 제 안의 생각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호이안의 속도와 분위기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저는 여전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호이안에서 얻은 이 루틴은 단순한 여행의 기억을 넘어, 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혹시 호이안을 여행하실 계획이 있다면, 단순히 관광지를 빠르게 돌아보는 일정보다는, 하루 이틀이라도 여유롭게 머무르며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그곳에서의 아침은 하루를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더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호이안의 아침 공기, 시장의 소란스러움, 그리고 한 그릇의 따뜻한 쌀국수가 주는 힘을 직접 느껴보신다면, 그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