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저는 베트남 중부의 작은 도시 호이안에서 한 달간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 관광지보다 로컬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저는, 여행자들이 몰리는 올드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로컬 시장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매일 아침 생선 냄새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에 눈을 뜨는, 현지인들의 삶 한복판에서의 한 달이었습니다.
도전의 시작: 숙소 선택의 기준
처음부터 에어비앤비보다는 직접 현지에 와서 숙소를 보고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호이안에 도착한 첫날, 로컬 시장 옆 작은 카페에서 얼음 가득한 쩌다(베트남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숙소를 찾아다녔죠. 그렇게 발견한 곳이 바로 이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현지인 부부가 운영하는 2층짜리 작은 건물로, 에어컨, Wi-Fi, 냉장고, 작은 주방까지 갖춘 1인실이 1개월에 270만 동(약 15만 원). 방 안에 채광 좋은 창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 편의점, 세탁소, 노점이 모두 도보 3분 거리였습니다. 외국인은 저 하나뿐이었지만,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이안의 하루: 시장에서 시작해 시장으로 끝나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위치였습니다. 아침 6시만 되면 시장 골목이 북적이기 시작했죠. 오전 7시에 문을 여는 국숫집에서 2만 동짜리 미꽝 한 그릇을 먹고, 바로 옆에서 망고, 용과, 리치 등을 사들고 돌아오면 오전이 금세 흘렀습니다.
하루 일과는 대부분 방에서 리모트 작업을 하며 보내고, 오후 4시쯤이면 햇볕이 누그러지니 자전거를 타고 투본강 강변이나 안방 해변으로 슬슬 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 오고, 종종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주머니가 나눠주는 베트남식 반쎄오나 찐 바나나도 덤으로 받았습니다.
낯설고도 따뜻했던 순간들
첫 주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방음이 거의 안 되는 구조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오토바이 소음과 닭 울음소리에 뒤척이기도 했고, 욕실에 설치된 수압 낮은 샤워기나 간혹 나오는 벌레들도 불편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그 모든 것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옆방에 살던 할머니가 아침마다 인사를 건네고, 세탁소 사장님이 "하나도 안 줄었으니까 걱정 마!"라며 웃으며 옷을 건네줄 때면, 내가 이 동네에 잠시나마 녹아든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달 살기의 의미: 낭만과 현실 사이
이곳에서 한 달을 보내며 제가 가장 많이 느낀 건, '현지의 삶을 체험한다는 것은 관광보다 훨씬 생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을 새롭게 만드는 건 유명한 명소가 아니라, 평범한 시장의 소리, 매일 바뀌는 과일 가격, 동네 주민들과의 눈인사였죠.
물론 낭만만 있진 않았습니다. 하루는 갑자기 정전이 되어 노트북 배터리를 아껴가며 작업을 해야 했고, 또 하루는 숙소 앞 배수관이 터져 진흙탕 속을 지나야 했죠. 하지만 그런 불편함까지도 '이곳의 삶'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마치며: 다시 그 시장 옆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이면 그때의 국수 냄새와 시장 소리가 떠오릅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호이안의 로컬 시장 옆 작은 방에서의 생활은 제게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호이안에 간다면, 전 또다시 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볼 겁니다. 그리 크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했던, 낯설지만 익숙했던 제 작은 집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