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를 위해 베트남 호이안에 머물던 어느 날, 문득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거나 카페 투어만 반복하던 루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조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동네 한 바퀴만 뛰자는 생각이었지만, 이게 어느새 나만의 ‘저녁 힐링 루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조깅은 저녁 6시 이후, 햇살이 사라진 후에야 시작
호이안의 해는 뜨겁습니다. 그래서 아침보다 저녁이 조깅하기에 훨씬 좋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살짝 붉은빛이 감도는 하늘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6시쯤 운동화를 신고 숙소를 나서면, 바람이 적당히 선선해져 있기 때문에 뛸 때도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나만의 조깅 코스: 깜짜우 섬을 향해
제가 추천하는 코스는 호이안 올드타운 맞은편 깜짜우섬 방향입니다. 숙소는 호이안 올드타운 북쪽이었기에, 먼저 송투본 강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가 안방 해변 쪽으로 살짝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강가 산책로를 지나 깜짜우섬으로 들어서면 도로가 아주 한적해지는데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고, 무엇보다 관광객이 거의 없습니다. 이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조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섬 안쪽 논밭 사이길, 그리고 물소
깜짜우섬 내부는 말 그대로 논밭의 섬입니다. 논 사이 좁은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작은 카페나 로컬 가정집 앞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 어린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거나, 물소가 길을 가로막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풍경이죠. 이게 저에겐 너무 큰 위안이 되었고, 도시에서 잊고 있던 자연의 속도를 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조깅 중 만난 단골 노점과의 인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뛰다 보니, 마주치는 사람들도 비슷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중간쯤 항상 물을 사 마시던 작은 노점에서 할머니가 “또 왔네~”라는 눈빛으로 웃으시며 물을 하나 더 얹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관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코스 정보 요약
- 출발지: 호이안 올드타운 근처 숙소
- 경로: 송투본 강변 → 깜짜우섬 입구 → 논밭 사이 로컬길 → 작은 노점 → 다시 되돌아오는 루트
- 소요 시간: 왕복 약 45분~1시간
- 팁: 조깅 후, 강변의 노천카페에서 아이스 레몬티 한 잔을 꼭 추천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조깅은 단지 운동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현지인과 눈인사 나누는 순간, 익숙한 골목에 새로 핀 꽃을 발견하는 기쁨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호이안 저녁 조깅 루트는 제게 큰 위로이자 루틴이 되었습니다. 혹시 호이안에 머무신다면, 올드타운만 보지 마시고 조용한 섬길로도 한 번 걸어보세요. 예상외로 큰 감동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