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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올드타운에서 매일 걷기, 나만의 산책 코스 소개

by richgirl5 2025. 8. 25.

호이안 관련 사진

노란 골목에서 시작하는 걷기의 즐거움: 준비와 시간대

호이안에서 장기 체류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올드타운의 노란 벽과 등롱이 드리운 골목에 마음을 빼앗기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올드타운을 걸었습니다. 다만 ‘똑같은 길’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체력, 기분에 따라 코스를 조금씩 변형하는 방식으로요.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걸었던 코스를 정리해, 처음 호이안을 찾으신 분이라도 한 번에 부담 없이 따라 걸으실 수 있도록 안내드리겠습니다.

먼저 시간대를 추천드립니다. 오전이라면 해 뜨기 전후부터 8시 사이가 좋습니다. 햇살이 강렬하기 전에 골목의 그림자와 강변의 바람을 충분히 누릴 수 있고, 상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전이라 상대적으로 한적합니다. 저녁이라면 일몰 전 1시간을 추천드립니다. 투본강 주변에 노을빛이 번질 때, 등롱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며 호이안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완성됩니다. 야간에는 보행자가 많아 속도를 느리게 잡으시되, 포토 스폿이 많아 사진 찍기에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준비물은 가볍게 챙기시면 됩니다. 얇은 모자, 얇은 긴팔(강한 햇살 차단용), 작은 생수(또는 코코넛 물을 현지에서 구매), 그리고 현지 결제를 위한 소액 현금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신발은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워킹화를 권합니다. 강변길의 일부 구간과 돌바닥 구간은 비가 온 뒤에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은, ‘길에서 만나는 변화를 즐긴다’는 태도입니다. 호이안의 골목은 지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섬세한 색과 소리, 냄새로 다가옵니다. 계획한 동선을 지키되, 마음 끌리는 골목이 보이면 잠시 빠져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일탈이, 올드타운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열쇠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코스 A (아침 추천): 안호이 다리에서 시작해 일본 다리·박당 거리까지

출발점: 안호이(An Hoi) 보행자 다리 초입. 저는 늘 숙소에서 간단히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이 다리로 향했습니다. 다리 위에 서면 투본강(Tu Bon River)이 양쪽으로 길게 펼쳐지고, 맞은편 올드타운의 노란 외벽들이 스며 나오듯 아침 햇살을 받습니다. 바람이 불면 강 위의 등롱 장식이 살짝 흔들리고, 강가를 청소하는 상인들이 바가지를 끌며 하루를 여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다리를 건너며 강폭을 가르는 작은 배들의 왕복을 바라보면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집니다. 이 느림을 오늘 산책의 기준으로 삼아 보시길 권합니다.

다리를 건너면 일본 다리(또안 교)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이 보입니다. 이 구간은 낮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아침에는 조용하고, 목조건축의 결에서 나무 향이 은은하게 납니다. 일본 다리 앞에 서면 역사 안내판이 보이는데, 굳이 길게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리의 어둑한 내부를 통과하며 목재가 내는 미세한 삐걱임과 발아래 돌의 질감을 느껴 보십시오. 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다리 오른쪽 옆 골목으로 살짝 빠져, 측면에서 다리를 비스듬히 담는 구도가 깔끔합니다. 아침마다 빛이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니, 같은 구도라도 매번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다음은 박당 거리(Bach Dang)로 걸음을 옮깁니다.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로, 코코넛 나무 그늘 사이로 비치는 물빛이 하루의 맥박을 고르게 만들어 줍니다. 아침에는 상점들이 천천히 셔터를 올리는데, 상인들이 의자를 닦고, 진열대를 정리하고, 작은 향을 피우는 풍경이 이어집니다. 저는 이 구간을 걸을 때 가끔 멈춰 서서 물결의 방향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물은 늘 강을 따라 흐르지만, 표면의 작은 파문은 매 순간 다르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곤 했습니다.

박당 거리의 중간쯤에서 좁은 골목(소이)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작은 중정(안뜰)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벽돌 쌓임 뒤로 작은 사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턱에 앉아 신발을 말리는 어르신께 가볍게 눈인사를 드리면, “굿모닝”이라는 영어 인사나 손짓으로 화답해 주십니다. 이 느낌이 바로 호이안의 친밀함입니다. 계획에 없던 만남이 부담 없이 하루를 환하게 바꿔 줍니다.

코스 A의 반환점은 다시 일본 다리 주변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반대편 인도를 선택해 다른 가게 앞 풍경을 구경합니다. 아침 8시쯤이면 커피숍에서 첫 손님을 받기 시작합니다. 카페의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진한 베트남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코스의 마침표가 자연스럽게 찍힙니다. 이때 저는 항상 오늘 해야 할 일을 세 가지 정도만 적었습니다. 산책에서 받은 정돈감이 하루 내내 이어지더군요.

코스 B (낮·해질녘 변주): 중앙시장–쭈아 커뮤니티 하우스–강변 석양 루프

두 번째 코스는 호이안의 생활 리듬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루프입니다. 중앙시장(Hoi An Central Market)에서 시작해, 쭈아 커뮤니티 하우스를 경유하고, 다시 강변으로 나와 석양을 맞는 동선입니다. 낮에는 시장의 온도와 소리에 압도될 수 있지만, 한 템포 느린 걸음으로 관찰자처럼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야채와 허브의 향이 먼저 반깁니다. 바질, 고수, 민트의 향이 뒤섞여 코를 타고 스칩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장인의 손놀림과 거래의 눈빛을 천천히 지켜보십시오. 저도 처음에는 사진만 찍는 여행자에 불과했지만, 여러 번 방문하면서 단골이 되어 갔습니다. 어느 날은 바나나를 하나 더 얹어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매운 소스를 살짝 덜어 맛을 보게 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 미세한 호의가 관광과 생활을 가르는 경계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시장에서 북쪽 골목으로 빠지면 작은 사당과 오래된 회관, 그리고 쭈아 커뮤니티 하우스 같은 전통 건물이 불쑥불쑥 등장합니다. 입구에 걸린 등롱과 목재 문살의 그림자가 바닥에 격자무늬를 만들고, 그 위로 바람이 지나갈 때 문살이 내는 작은 떨림이 들립니다.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문지방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벽의 균열과 페인트의 질감을 바라보면 시간의 두께가 손끝에 전해지는 듯합니다. 저는 이 구간에서 종종 노트를 꺼내 오늘의 한 문장을 적습니다. “벽의 금은 빛을 잃지 않았고, 그 위의 덩굴은 오늘도 자랐다.” 같은, 그때의 감각을 붙잡는 짧은 기록입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박당 거리 강변으로 나옵니다. 해질녘이면 강물 위로 주황색, 분홍색 라인이 켜켜이 쌓입니다. 관광 보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아이들이 들고뛰는 종이 등롱의 부스럭거림이 뒤섞여, 호이안 특유의 왁자함이 완성됩니다. 이때는 속도를 일부러 더 늦춰 주십시오. 발걸음 사이사이에 의자 하나 둘 보이는 길가 카페에 가볍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 길 전체가 작은 라운지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종종 코코넛 주스를 시켜 천천히 마셨습니다. 잔에 서리가 앉을 때, 오늘의 걷기는 충분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코스 B의 마지막 팁은, 길을 거슬러 다시 시장 쪽으로 들어가는 작은 지그재그입니다. 같은 길을 왕복하는 대신, 코너마다 한 칸씩 안쪽 골목으로 파고들어 보십시오. 현지 집 앞의 작은 제단, 반쯤 열린 나무문, 오래된 자전거 바퀴의 녹, 고양이가 창틀에서 졸고 있는 장면까지—관광지의 표정이 아닌, 생활의 표정을 만날 확률이 훨씬 커집니다. 이 몇 걸음의 변주가 코스 전체의 감도를 높여 줍니다.

코스 C (비·야간 변형 & 안전 팁): 고요를 걷는 법

호이안의 매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흙냄새와 나무 냄새가 진해지고, 야간에는 등롱의 빛이 골목 그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바꿉니다. 다만 비·야간에는 안전과 컨디션 관리를 조금 더 신경 쓰셔야 합니다.

비 오는 날 변형은 우선 돌바닥 구간 최소화가 핵심입니다. 일본 다리 주변 목조·석조 구간은 미끄럽기 쉬우므로, 비가 오면 박당 거리의 비교적 폭이 넓은 보행로를 중심으로 왕복 루프를 만드십시오. 우비는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며, 소형 접이식 우산보다는 양손이 자유로운 우비가 걷기에는 편합니다. 물웅덩이를 피하려면 바닥을 보며 걷기보다 앞사람의 동선을 살짝 비껴 걷는 게 좋습니다. 저는 발끝을 약간 바깥쪽으로 열고 보폭을 한 뼘 줄이는 방식으로 미끄럼을 예방했습니다.

야간 변형에서는 빛이 있는 길을 이어 붙이기를 권합니다. 안호이 다리—일본 다리—박당 거리 메인 라인을 골격으로, 조명이 충분한 골목만 선택해 작은 고리를 여러 번 도는 방식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길 중앙에 서지 마시고, 등롱이 걸린 처마 바로 아래에 붙어서 인파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소지품은 전면 슬링백이 안전합니다. 저는 카메라 스트랩에 작은 카라비너를 달아 가방 링에 한 번 더 걸어 두었습니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야간 인파 속에서 마음 편히 걸으려면 이 작은 준비가 큰 여유를 가져옵니다.

마지막으로 컨디션 관리입니다. 호이안은 생각보다 체감기온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아침 코스라도 40~60분마다 그늘에서 물 한 모금씩 드시고, 땀이 식기 전에 티셔츠 등판이 바람을 직격으로 맞지 않게 얇은 셔츠를 겹쳐 입으시면 좋습니다. 저는 산책 마무리에 늘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종아리, 햄스트링, 발목 회전을 1분만 해도 다음 날 다리 피로가 확 줄어듭니다. 걸음에 여유가 생기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의 밀도도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걷기의 목적은 모든 길을 다 밟았다는 체크가 아니라, 길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이안에서는 그것이 더 잘 됩니다. 등롱 아래 흘러내리는 빛, 문지방에 앉은 아이의 맨발, 배를 묶는 노끈의 질감, 커피 필터에서 ‘똑, 똑’ 떨어지는 소리까지—이 도시는 느림의 언어로 말을 겁니다. 오늘 걸음을 여기서 마치신다면, 의자 하나만 빌려 잠시 앉아 보십시오. 그 자체로 코스의 마지막 한 구간이 완성됩니다.

마무리: 길은 매일 바뀌지만, 걷는 사람의 속도는 내가 정합니다

제가 사랑한 호이안의 산책은, 지도 위 선을 따라가는 행위가 아니라 하루의 호흡을 조율하는 의식이었습니다. 안호이 다리에서 첫 바람을 맞고, 일본 다리의 목재 그림자를 밟고, 박당 거리에서 강물의 리듬을 듣고, 시장 골목의 체온을 지나 석양의 색을 온몸으로 받는 일—이 일련의 장면이 합쳐져 ‘오늘의 나’를 정리해 줍니다. 홀로 걸으셔도 좋고, 동행이 계시다면 서로 말수를 조금 줄이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권합니다. 같은 길을 함께 걸어도, 각자의 눈이 붙잡아 온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돌아오는 길의 작은 대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코스는 어디까지나 기준선입니다. 호이안의 날씨, 당신의 컨디션, 우연히 열린 문 하나에 따라 라인은 매번 변주될 것입니다. 그 변화야말로 걷기의 묘미이자, 호이안이 매일 새로운 이유입니다. 오늘 저와 같은 코스로 한 번 걸어 보시고, 내일은 당신만의 골목을 하나 덧붙여 보십시오. 그렇게 며칠만 지나면, ‘호이안 산책’은 누군가의 후기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길은 매일 바뀌지만, 걷는 사람의 속도는 언제나 당신이 정합니다. 그 느림의 권리를, 호이안에서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