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0

라오스 씨판돈, 섬에서 느긋하게 한 달 살기 사람 많은 도시와 시끄러운 일정에 지칠 때, 저는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오스 남쪽 끝에 있는 씨판돈(Si Phan Don), 일명 4000개의 섬이라 불리는 그곳을 알게 되었습니다.씨판돈은 이름처럼 메콩강 한가운데 수많은 작은 섬들이 흩뿌려진 지역입니다. 그 중 돈뎃(Don Det)과 돈콘(Don Khon)이라는 섬이 배낭여행자들에게 유명한데요, 저는 이곳에서 무려 한 달을 살다시피 머물렀습니다.처음 마주한 느림의 미학라오스 씨판돈에 가기위해 파크세에서 버스를 타고 나콘파놈 국경을 거쳐 돈뎃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시간이 멈춘 듯한 공기였습니다. 자전거 한 대가 메인 교통수단이고, 도로 대신 흙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메콩강을 바라보며 나.. 2025. 5. 20.
미얀마 인레 호수 미얀마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양곤이나 바간 같은 도시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곳은 바로 인레 호수(Inle Lake)였습니다. 호수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물 위에서 펼쳐지는 시장과 학교,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일상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미얀마 인레 호수로 가는 길인레 호수는 미얀마 중북부의 샨 주(Shan State)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양곤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약 10시간을 달려 **냐웅슈(Nyaung Shwe)**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인레 호수 여행의 중심 마을인데요, 여행자 숙소와 카페, 자전거 대여점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입니다.아침 일찍 호수 투어를 예약하고 작은 보트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가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위를 .. 2025. 5. 20.
캄보디아 크라체, 메콩강에서의 돌고래 캄보디아에 가기 전까지, 저는 돌고래가 바다에서만 산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크라체(Kratie)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그것도 메콩강 한가운데에서 야생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크라체는 수도 프놈펜에서 북쪽으로 약 6시간 떨어진 조용한 마을입니다. 관광객이 붐비는 시엠립이나 앙코르와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어요. 길가엔 자전거 타는 아이들, 느릿느릿 이동하는 소떼, 그리고 강 건너 펼쳐진 평화로운 농촌 풍경. 이곳에서 메콩강 돌고래, 정확히는 이르와디 돌고래(Irrawaddy Dolphin)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캄보디아 캄피 강에서 만난 진짜 돌고래다음날 아침, 강변 마을 캄피(Kampi)로 이동했습니다. 돌고래를 보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7시에서 .. 2025. 5. 20.
베트남 꽝빈, 손둥 동굴 가는 법 “지구 위 마지막 비경.” 베트남 손둥 동굴(Sơn Đoòng Cave)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이 수식어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이자, 자연이 수천만 년 동안 만들어낸 경이로운 지하 세계였죠.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곳은 꽝빈(Quang Binh)이라는 도시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베트남 꽝빈의 꽝빈까지 가는 여정손둥 동굴이 위치한 곳은 꽝빈성의 퐁나케방 국립공원(Phong Nha-Kẻ Bàng)입니다. 하노이나 호치민에서 곧장 갈 수는 없고, 동허이(Dong Hoi) 공항으로 항공편을 타고 이동한 뒤,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저는 하노이에서 국내선을 이용했고,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5분이었습니다. 도착 후 픽업차량을 타고 .. 2025. 5. 19.
말레이시아 페렌티안 섬 "몰디브는 너무 비싸고 멀어서 못 가겠다"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뜻밖의 대안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말레이시아 동쪽 끝에 숨어 있는 페렌티안 섬(Perhentian Islands)입니다. 이름부터 생소했던 이곳은, 실제로 다녀온 뒤에야 왜 ‘몰디브 저렴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너무 예뻐서, 너무 조용해서, 그리고 가격이 너무 착해서 말입니다.깨끗한 바다와 모래, 그 이상의 자연페렌티안은 두 개의 주요 섬, 페렌티안 케실(Kecil, 작은 섬)과 페렌티안 베사르(Besar, 큰 섬)로 나뉘는데 저는 케실 쪽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저렴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거든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투명한 바닷물, 맨발로 걸어도 부드러운 고운 모래, 그리고 새하얀 구름 아래 .. 2025. 5. 19.
태국 꼬 쿠드, 조용한 진짜 휴양지 태국이라고 하면 흔히 푸껫, 파타야, 방콕 같은 화려하고 활기찬 여행지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그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아주 조용하고 깊은 쉼이 가능한 섬이었습니다. 이름도 낯선 꼬 쿠드(Ko Kood), 태국인들에게조차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진정한 휴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장소였습니다.도착부터 고요했던 섬태국 꼬 쿠드는 태국 본토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입니다. 방콕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트랏(Trat)까지 이동한 뒤, 트랏 부둣가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를 더 갑니다. 꽤 긴 여정이지만, 배가 섬 가까이 다가가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꼬 쿠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조용함’입니다.. 2025. 5. 19.